건너뛰기 링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및 주소,전화번호 안내 바로가기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묻는다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11-26

전라북도의 사회적기업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취약계층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출범한 사회적경제가,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는 충격적이다.

전북 인증 사회적기업의 3분의 1이 최저임금 미달 임금을 지급하고, 전북 생활임금을 충족한 기업은 고작 25%에 그쳤다. 도가 매년 강조해온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미준수 기업에 도가 인건비 보조금을 반복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미달 기업 중 3회 이상 지원받은 곳 8곳,

2회 이상 11곳, 1회 이상 8곳에 달한다.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에 도민 세금이 수차례 투입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지원 → 저임금 → 재지원’이라는 악순환을 행정이 사실상 방치한 구조적 문제다. 취약계층 고용 확대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결과적으로는 ‘저임금 일자리 양산’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기괴한 현실이 만들어졌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과평가 방식에 있다. 전라북도는 그동안 고용 인원수, 즉 ‘양’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해왔다. 일자리의 질은 평가 항목에서 사실상 사라졌고, 최저임금도 못 주는 일자리도 ‘취약계층 고용 확대’라는 이름으로 성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라는 간판은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면허증이 아니다. 취약계층에게 제공되는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저임금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사회적경제가 아니다.

네 가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고용 숫자 중심의 성과지표를 폐기해야 한다.

전북형 ‘일자리 질 지수’를 마련해 △평균임금 △생활임금 충족 여부 △근로시간 적정성 △정규직 비율 △산업안전 등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 이 지수를 충족하는 기업만이 지원·우선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둘째, 반복 지원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못한 기업이 제재 없이 인건비 지원을 계속 받는 것은 정책 실패이자 행정 책임 문제다. 임금·노동조건 개선 의지가 없거나 체불·미지급이 확인되면 즉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실효성 있는 경영·노무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컨설팅은 서류 준비 중심에 그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 설계, 사업비·운영비 관리, 인력·매출 계획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도울 실질적 컨설팅이 필요하다.

넷째, 지원금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건비 보조금이 실제 임금으로 지급됐는지,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는지 정기 점검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세금 사용의 투명성은 공공정책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회적기업은 지역의 취약한 틈을 메우는 공익적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 전북의 사회적기업 일자리는 ‘사회적’이라는 단어 뒤에 저임금 구조를 숨기고 있다. 잘못된 방향의 지원은 사회적경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한다.

이제 전북은 선택해야 한다.

저임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릴 것인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정답은 분명하다.

‘양’이 아니라 ‘질’을 기준으로 사회적기업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기업만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이며, 도민이 바라는 공공정책의 방향이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새전북신문.2025.11.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