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현금에서 사회서비스로 확장해야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10-13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연일 뜨겁다. 그러나 논의의 중심에 놓여온 ‘현금 지급’ 원칙만을 절대시하는 접근은 이제 재검토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철학적 핵심은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정 금액을 나누어 주는 방식만으로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본소득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돌봄, 의료, 문화, 관광 등 사회서비스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기본소득을 소득 보전의 수단에서 미래지향적 사회정책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이다.
현금 기본소득의 장점은 분명하다.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함으로써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금 지원은 소비 지출을 분산시키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돌봄 바우처, 문화 바우처와 같은 서비스 지원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돌봄 바우처는 돌봄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문화 바우처는 공연장과 미술관, 전통예술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역 축제와 관광업에도 직결된다. 즉,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고용과 산업을 키우는 ‘투자’가 된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적극적 정책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제 기본소득의 주도권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로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왔다. 초기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대량 실업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였지만, 지금은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물론 공공이 정책을 주도할 경우 관료주의적 비효율과 복잡성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양극화가 임계점을 넘어선 현실에서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오히려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이제 실험적 발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핵심 사회정책으로 격상된 셈이다.
해법은 극단적 선택이 아닌 혼합 모델에 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되, 사회적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바우처를 통한 서비스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독거노인에게는 현금과 함께 돌봄 바우처를, 청년에게는 문화·여가 바우처를, 농촌 지역에는 관광·농업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선택권을 지키면서도 사회 전체 발전을 이끄는 균형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동반할 수 있다.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순환 모델이자 생산적 투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특히 전라도는 이런 변화를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다양한 사회실험과 주민참여형 정책을 추진하며 전국을 이끄는 모델을 보여왔다. 기본소득 정책에서도 현금과 바우처를 결합한 전라도형 혼합 모델을 제시한다면, 대한민국 사회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혁신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전북의 농어촌 소멸 위기 대응, 전남의 농업 기반 서비스, 광주의 문화예술 인프라와 연계한 다양한 바우처 실험은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장이 될 것이다. 고립된 1인 가구에는 생활안정 현금을, 청년과 노인층에는 맞춤형 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면, 지역의 현실에 맞춘 효과적인 기본소득 모델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은 더 이상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며, 불평등을 완화하고 지역과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종합적 사회정책이다. 따라서 교조적 원칙에 갇힐 것이 아니라, 현장의 효과와 실질적 파급력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현금과 사회서비스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순환경제와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제는 현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해 기본소득의 진화를 모색할 때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현실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길이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5.10.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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