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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간극,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08-11

2025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교육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이 제도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한 학점으로 졸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장은 제도에 걸맞은 준비가 부족하다. 준비된 교사 인력 부족, 수업 편성 및 평가에 따른 행정 부담 증가, 대입 제도와의 괴리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중심이라는 이상과 달리, 학교 현장에 부담을 더하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철학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정책 정합성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교원 수급과 행정 부담

고교학점제 정착의 핵심은 안정적인 준비된 교원 확보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97.6%가 행정 부담 증가를 체감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교사의 희생으로 제도가 유지된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전공 교사가 부족해 비전공 교사가 수업을 맡거나 과목 폐강이 빈번하다.

과목 세분화는 교사의 행정 업무를 급증시켰고, 수업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공동교육과정도 교통, 시간표, 학생 이동 등의 어려움으로 실효성이 낮다.

선택과목 운영의 제약

‘자유로운 과목 선택’은 고교학점제의 핵심이지만, 현실에선 제약이 많다. 학생 수가 적거나 교사 부족으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이 많고, 농어촌·소규모 학교에서 특히 심각하다. 수강생이 3명뿐인 과목을 폐강하지 못해 비효율적 운영을 감수하거나, 인기 과목은 정원이 차 수강 제한이 발생한다.

교사 1인이 여러 과목을 담당하면서 수업 질은 낮아지고, 비전공 수업도 흔하다. 과목 편성의 유연성이 떨어져 학생은 원하는 과목을 원하는 시기에 듣기 어렵다.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제도에 맞춰 진로를 바꾸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내신 절대평가 vs 대입 상대평가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로 내신을 운영하지만, 대입은 여전히 상대평가 중심이다. 수능과 내신 모두 정량적 비교를 중시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절대평가를 받으면서도 상대평가에 대비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내신 쇼핑’ 현상이 심화되고, 수강 인원이 적거나 실기·고난도 과목은 기피된다. 다양성과 개별성은 사라지고, 입시 중심 획일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책은 현장과 호흡해야...

교육정책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고교학점제의 방향은 분명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장의 준비 없이 속도만 앞선 도입은 교육 현장에 부담과 혼란을 키울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정책 미비와 실행의 간극을 인정하고, 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다양한 학교 규모와 지역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계와 현장 중심의 보완책이 시급하다. 교사에게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학생에게는 실질적인 선택권을, 학부모에게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

제도의 성패는 설계보다 실행에 달려 있다. 실행의 중심은 책상이 아닌 교실이며, 현장과의 호흡 없이는 어떤 제도도 뿌리내릴 수 없다. 이상만으로는 교육이 작동하지 않는다.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그 방향에 ‘속도’와 ‘현장 공감’이 따라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이 가야 할 길을 현실과 조율하고, 이상과 실천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제도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짐이 되며, 교육의 신뢰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

이제는 철저한 현장 점검과 속도 조절을 통해, 진정한 ‘학생 중심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병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민일보.2025.08.0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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