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 없는 전북, 사법 소외 상징 지워야 한다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07-29
가정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작은 공동체이자 가장 민감한 법적 보호의 단위다. 가정폭력, 이혼, 양육권 분쟁, 청소년 비행 등 가족 내 갈등과 위기는 단순한 사적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이며, 사회 전체의 안녕과 직결된다. 이런 사안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리 사법 체계는 ‘가정법원’이라는 독립된 법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북은 아직 이 가정법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전북 도내에서 연평균 1,500건이 넘는 가사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주지방법원에서 일반 사건들과 함께 처리되고 있는 실정은 지역 사법 환경의 구조적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정법원은 단순히 ‘전담 부서’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사법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 접근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예컨대 청소년 범죄나 가정 내 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민감하고 복잡한 배경을 지닌다. 이들을 다루는 재판 과정은 단순한 사실관계 판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갈등을 완화하고,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며, 나아가 사회적 재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법적 개입이다. 이는 오직 전문 인력과 전담 체계를 갖춘 가정법원에서 가능하다.
전북은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독립 가정법원이 없다. 전주지방법원은 현재 모든 가사사건을 일반 민사사건과 함께 처리하고 있으며, 전담 재판부나 인력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그 결과, 당사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민감한 사안에 대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재판을 경험하게 된다. 법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법적 치유가 아닌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자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3년간 전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가사소송이 연평균 1,529건에 달한다는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하루 4건 이상, 한 해 1,500건이 넘는 사건이 ‘전문 법원 없이’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북이 명백한 사법 소외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수원 등 주요 광역시에는 이미 가정법원이 설치돼 있으며, 인구 100만 이하 도시에서도 신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전주의 경우는 설치 당위성이 충분히 성립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사회적 약자에게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가사사건의 당사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동, 청소년이다. 이들이 직면하는 가정 내 갈등과 위기 상황은, 단순히 법률적 판단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법원은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섬세한 접근과 정서적 배려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가정법원이다. 전북 도민은 그 기본적 권리를 여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법 평등은 단순히 판결의 형평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국 어디에 살든 동일한 수준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지금 전북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 집중된 법원 인프라, 지역 간 사법 서비스 격차는 전북이 겪는 또 하나의 ‘불균형’이다. 이것이 곧 김 의원이 강조한 ‘도민 역차별’의 본질이다.
최근 도의회에서 '사법격차 해소를 위한 전주가정법원 설치 촉구 건의안’이 채택됐다. 법원행정처, 국회, 행정안전부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지역 균형발전의 차원이기도 하며, 도민의 권리를 회복하는 사법 정의의 시작이다.
이제는 더 이상 ‘없는 것에 익숙해지는’ 수동적 현실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 예산 확보, 인프라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민의 사법권을 되찾는 일은 행정의 논리보다 정의의 기준에서 접근할 때 진정한 설득력을 갖는다. 가정법원이 없는 전북이라는 오명, 이제는 지워야 할 때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전민일보.2025.07.29.(화)
- 누리집 담당부서
- 의정홍보담당관실
- 연락처
- 063-280-3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