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의 의무화를 촉구하며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07-31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전북 부안은 봄이면 변산 자락은 푸르름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로 생기가 넘친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여문 벼가 들녘을 채우고, 겨울이면 흰 눈이 소복이 쌓인다. 익숙하지만 아름다운 이 풍경은 오랫동안 지역민의 삶을 지탱해온 배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사계절의 아름다움도 기후위기로 인해 급격히 변질되고 있다. 계절마다 반복되는 극한 폭우와 폭설은 일상의 여유를 앗아가고, 지역의 생태와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변화는 자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가 지기도 전에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사람의 온기가 희미해진 재래시장과 버스 정류장, 입학생이 ‘제로’인 학교, 더 이상 지방의 이 같은 일상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대한민국 곳곳의 지방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고, 이대로라면 정말 소멸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한 곳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 정책은 분명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도였지만, 그 이후로 지방을 체계적으로 쇄신하는 정책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수도권은 더 비대해졌고, 지방은 더 왜소해졌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의 쇠퇴는 지방을 국가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어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 최근 ‘5극 3특 전략’이 제안되었고, 현 정부는 이를 국정과제로 공식 채택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필자는 기계적 중립과 중립적 예산 편성 그리고 정책 추진의 한계를 과감히 탈피한 새로운 모형의 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의무화를 제안했다.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는 국가 예산 및 정책 사업을 기획·심의하는 단계에서 해당 정책이 지역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는 제도이다. 이는 인구와 자본이 밀집된 수도권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에 균형을 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환경영향평가, 성별영향평가 등 다양한 사전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공익성과 형평성을 높여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정책이 성별 간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듯, 이제는 정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당연히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 대규모 국책사업, 공공투자사업 등은 일단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전 영향평가는 정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사전 진단을 통해 정책 조정이 이뤄진다면, 이는 균형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평가가 단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대상 선정 기준, 구체적인 평가 항목, 일관된 분석 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평가 결과는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의 실질적인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며, 그 내용을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의 제도화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상생 구조를 마련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이는 단지 지방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수도권의 과밀 문제를 완화하고, 국가 전체의 성장 기반을 고르게 확산하기 위한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다.
2025년, 균형발전 정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주권 정부가 선언한 대전환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영향평가 제도를 법령으로 의무화하고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시급하다.
균형발전은 이제 담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책이 시작되기 전, 지방의 현실을 묻고, 그 물음을 제도화하는 일, 바로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앞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와 ‘균형발전 인지예산’을 신설·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맞춰 전북이 균형발전의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실천적 제안이다.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북이 먼저 제도화를 실험하고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슬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새전북신문.2025.07.3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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