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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쉬의 고장에 올려진 '고섬섬'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08-11

최근 무용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얘기를 들어보면 방송댄스로 불리는 아이돌 댄스 말고도 발레나 현대무용, 전통무용과 같은 순수 예술에 속하는 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무용학원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무용이 갈 길은 멀다고 하니 무용에 대한 인기나 관심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최근 알게 됐지만 철학과 클래식 음악의 본향인 독일은 무용에 있어서도 세계적이라고 한다. 세계적이라고 하는 것은 무용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차지하는 지위가 커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독일이 세계적인 무용가를 배출한 국가라는 뜻도 담겨 있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현대무용의 대가 피나 바우쉬가 그렇다.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20세기 현대 무용의 지평을 바꾸었다는 그녀는 전 세계 현대무용의 아이콘이기 이전에 독일의 유서 깊은 문화적 풍토가 배출해 낸 위대한 예술가였다. 일전에 아내가 보던 ‘그녀에게’라는 영화를 덩달아 함께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영화에서 피나 바우쉬의 춤사위가 등장했다고 하니 문외한인 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예술에 조회가 깊지 않은 내가 피나 바우쉬의 존재를 진작부터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독일의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고섬섬’이라는 창작 무용극 공연단에 동행하면서 현지에서 듣고 알게 된 것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장황하게 피나 바우쉬 얘기를 하는 것은 이번 도립국악원의 ‘고섬섬’ 공연이 단순히 지역 공립예술단의 해외 공연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무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현장에서 가졌기 때문이다. 

‘고섬섬’은 도립국악원 무용단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위도의 띠뱃놀이를 모티브로 삼아서 위도의 문화와 어민의 삶을 현대적인 무대 예술로 해석한 창작 무용작품이다. 그래서 매우 토속적일 수밖에 없고, 과연 이런 작품이 이질적인 문화적 풍토를 지닌 독일 관객들에게 어떻게 수용될지 자못 궁금했었다. 

그런데 현지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보니 나의 궁금증과 걱정스러운 기대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철저하게 토속적인 주제를 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완성도 높은 예술적 해석으로 녹여냄으로써 예술적 보편성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것과 함께 독일 관객의 수준 높은 안목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지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진지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자세로 무대 위의 춤사위와 무대 구성 면면을 모두 놓치지 않고 만끽하겠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통역을 통해 만나본 한 관람객의 반응은 더 놀라웠다. “우리는 피나 바우쉬의 고장”이라며 무용이라는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데 매우 익숙하고 다양한 소재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무용 작품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 

나는 우여곡절이 속 성공적으로 끝낸 이번 ‘고섬섬’ 공연의 의미를 독일이라는 머나먼 서구에 부안과 위도의 띠뱃놀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띠뱃놀이라는 위도의 전통 민속이 가진 특수성을 예술적 보편성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우리 것도 얼마든지 이질적인 서구문화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피나 바우쉬를 배출하고 기억하는 문화권에서는 고섬섬과 같은 K컬처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우리 자신의 상상력을 닫아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정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2025.08.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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