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05-08
5월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정의 달을 떠올린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은 오랫동안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형태를 의미해왔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 어버이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일련의 기념일들은 이러한 전통적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와 감사를 표현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특히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가족 간의 위계와 효(孝)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가정의 달은 이러한 가치관을 재확인하는 의례적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한국 사회는 이러한 전통적 가정의 개념과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산업화 이후 핵가족화가 진행되었고, 이제는 그 핵가족마저도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인구통계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하고, 초혼 연령은 남녀 모두 30대 초반으로 높아졌으며, 합계출산율은 0.8명 아래로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이제 드문 풍경이 되었고, 비혼, 무자녀 부부,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등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우리가 가정이라 부르는 공동체의 정의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진행되는 전통적인 가정의 달 행사와 캠페인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가족 모두 함께”라는 문구는 혼자 사는 이들, 비혼을 선택한 이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룬 이들에게 소외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 명절이나 가정의 달처럼 가족을 강조하는 시기에 고립감을 더 깊이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통적 가족 형태가 해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연결과 소속감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SNS 등으로 24시간 연결된 세상에서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가정의 달을 단순히 전통적 가족만을 기념하는 시간이 아닌, 더 포용적인 연결의 시간으로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싶다. 혈연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선택적 가족, 이웃과의 유대 등을 함께 생각해자는 것이다.
특히 농촌 지역과 같이 고령화가 심각한 곳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자녀들은 도시로 떠나고 홀로 남은 노인들에게 가정의 달은 외로움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마을 공동체 중심의 행사와 모임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다. 다만, 그 울타리를 좀 더 넓혀서 다양한 이들이 가정의 달을 함께 기념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선택에 의한 가족, 이웃과의 유대 등 다양한 형태의 연결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라면, 가정의 달의 의미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결국 가정의 달은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마련이다. 가정의 달이 특정 형태의 가족만을 위한 시간이 아닌,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중한 관계를 돌아보고 축하하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이 이 시대에 더 적합한 가정의 달의 진정한 의미가 되지 않을까.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새전북신문.2025.05.0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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