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수개월 아니 지난 3년을 생각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만큼 중요한 선거가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작금의 조기 대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일으킨 ‘12ㆍ3 내란ㆍ계엄선포’가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수개월 국민은 또다시 차디찬 길바닥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둠 속에서 빛을 내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반헌정ㆍ반민주ㆍ반국가 세력의 민낯 역시 드러났다. 특히, 최근에 벌어진, 법과 양심의 최후 보루라던 대법원의 국민 주권 찬탈 시도는 그 민낯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을 남겼다.



그렇기에 다가올 조기 대선은 반헌정ㆍ반민주 세력의 반국가적 행위를 단죄하는 심판이고 무너진 민주ㆍ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리더는 뛰어난 전략가이기 전에 국민적 신뢰, 사회적 신뢰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은 우리 국민이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 되묻는 기회이며, 동시에 그런 리더를 만들어낼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는 어떤 리더를 선택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정치철학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의 충실한 도구로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리더가 필요하다. 결국, 반민주ㆍ반국가 세력으로부터 국민이 지켜낸 K-민주주의의 가치를 이어갈 리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제도로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분야는 안정적인 경제활동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단순히 말로, 몇 가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경제라는 점에서 민생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성과와 역량을 보여줬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민생과 내수경제 활성화와 성장에 그치지 않고 미래 경제 즉, 잘먹고사니즘까지의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어떤 리더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면 대선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이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어떤 리더를 길러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 석학, 로버트 퍼트넘(Robert David Putnam)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Making Democracy Work), 1993」에서 “제도의 성공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질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즉, 신뢰와 협력, 참여의 문화가 풍부한 사회일수록 민주주의도 잘 작동하고, 좋은 리더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자질이 아닌, 그 자질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통해 신뢰, 규범,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연결이 공동체의 협력과 공공성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십 또한 이 사회적 자본 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시민 간의 신뢰가 낮고, 참여가 부족하며, 공동체가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책임감 있는 리더보다는 권위적 리더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조기 대선을 단순한 지도자 교체가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재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선 이후 대한민국은 분명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시는 반국가ㆍ반민주 세력이 발 디디지 못하는 확고한 민주주의 사회, 모든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덜 걱정하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사회,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 모든 지역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풀뿌리 민주시민 사회가 이번 대선을 통해 시작될 수 있도록, 지금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 보기 바란다.

한정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획행정위원 / 새전북신문.2025.05.1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