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만으론 부족하다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04-10
최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자의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기 위한 긴급재난문자가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정작 가장 위급한 사람들에게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긴급재난문자가 신속하게 위험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메시지를 수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산불 발생, 인근 주민 대피 요망”이라는 간단한 문구로 충분한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이러한 문자 경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 지역의 많은 노인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며, 아예 휴대전화가 없거나 문자 내용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성 산불 당시, 변을 당한 노인들이 디지털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첨단기술 중심의 재난 대응 체계는 의도치 않게 첨단기술과 친화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 대한 안내를 문자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다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는 문자보다 음성 안내나 시각적·청각적 경보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익숙한 마을 방송, 자동 전화 알림, 가정 내 라디오형 재난 경보기 등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 전체에 확성기를 이용한 재난 방송을 실시하고, 가정마다 재난 경보 라디오를 보급하는 등 다층적인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모델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농어촌 고령화가 심각한 전북자치도도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의 지역 특성에 맞는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전북의 농촌 지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도시보다 훨씬 높으며,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바, 이런 현실을 고려해 마을 방송 시스템을 현대화, 이장과 마을 공동체를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처럼 정보 취득이 어려운 계층은 더욱 큰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재난문자가 모든 국민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려면, 그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다.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에게도 확실히 닿을 수 있는 경보 시스템이 마련될 때, 재난 대응 시스템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이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기술적 진보와 인간적 배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의성 산불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모든 이에게 평등한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새전북신문. 2025.04.10.(목)
- 누리집 담당부서
- 의정홍보담당관실
- 연락처
- 063-280-3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