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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법 36계 중 암도진창(暗渡陳倉)에 대해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10-16

암도진창(暗渡陳倉)이란 ‘남몰래 진창을 건넌다’는 뜻으로, 정면으로 공격할 것처럼 위장해 적의 주의를 분산시켜 방어가 허술한 후방을 기습하는 전술이다. 초한쟁패기 한신의 전략에서 유래한 병법으로 대표적인 기만전술 중 하나다. 이 말은 『사기』 ‘회음후열전’과 ‘자치통감’, ‘한기(漢紀)’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암도진창은 일종의 우회 공격법이자, 그 양상은 양동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밝음과 어두움이 상징하는 것처럼 기정(奇正)을 교묘하게 배합하여 승리로 이끄는 계책인 것이다.

기정(奇正)은 손자병법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기(奇)는 기습작전이나 기만작전과 같은 변칙수를 의미하며, 정(正)은 정규전을 칭하는 고대 용병술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손자병법을 보면 모름지기 싸움이란 정규전으로 적과 마주치고 기만과 기습으로 승리한다고 하였다.

기정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 음악 이론에서 시작되어 한국 전통 음악에도 사용되는 ‘궁상각치우’는 5음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를 조합하면 무수히 많은 음이 나오고 다양한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다섯 가지의 단조로운 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배합하면 수많은 색이 나오는, 우리나라의 음양오행 사상에서 유래한 오방색도 기정의 사례다.

정과 기를 적절히 조화하여 변화의 묘를 꾀한다면 무수히 많은 계책이 나온다. 이는 싸움에 능한 장수는 기정(奇正)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재일교포 출신인 신격호 롯데 창업주는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한일 국교 정상화 흐름에 발맞춰 196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롯데껌을 앞세워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가 처음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제과업 중심으로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가볍게 판단했지만, 신격호회장은 사실 유통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싼 한국의 대규모 땅을 사들였으며, 이후 호텔, 유통,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 결과 롯데그룹은 9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롯데그룹이 있기까지 신격호 회장의 공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할 것이며, 껌 사업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한 신격호 회장의 사례는 경영계의 대표적인 암도진창(暗渡陳倉)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과거에 국제사회의 간섭을 적절히 회피하고 시간을 벌 목적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가입한 것 역시 암도진창에 비유할 수 있다. 핵 보유에 준하는 정치ㆍ 군사적 위상 강화를 통하여 자신의 안보와 대외 공격력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암도진창은 말 그대로 잔도를 수리하며 진창으로 진격한다는 뜻이다. 국가와 기업이 암도진창의 계략을 상황에 맞게 전개하는 것은 향후 이익을 목표로 비교우위의 책략을 선택하는 현명한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작금의 미국과의 극단적 관세 대립과 난맥상에 놓인 대북, 대일 외교의 총체적인 상황에서 볼 때 우리 나름의 "암도진창" 전략을 수립하여 우리만의 혁신적 외교술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 암도진창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새전북신문 2025.10.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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