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링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및 주소,전화번호 안내 바로가기

기후 위기, 농업의 현장을 뒤흔든다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10-22

지금 우리 농업의 현장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눈에 띄는 재난뿐만이 아니다. 봄꽃이 한 달 일찍 피고, 사과와 배의 수확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벼의 생육 패턴이 흔들리는 것처럼, 농민들은 이미 기후변화의 파고 한가운데에 서 있다.

농작물은 기후에 가장 민감하다. 작은 온도 변화와 예상치 못한 가뭄과 폭우 그리고, 병해충의 번식 시기 변화가 곧 수확량과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 눈에 보이는 위기를, 누가 제대로 보고 있고, 농민들은 울며 밭을 갈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눈물을 그 누구 하나 닦아주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는 농업 비중이 큰 지역이다. 사과·배·복숭아·포도 등 과수와 벼·콩·보리 등 주요 곡물이 기후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지역이다. 하지만, 대응 속도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북의 농업지도가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예측할 수 있는 농사가 무너지자, 농민들은 “이제는 하늘을 믿을 수 없다”라고 토로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된 변화’라는 점이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지금 재배하는 작물 중 일부는 이 지역에서 더 이상 키우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농업지도의 재편’이 예고되는 셈이다.

기후 위기 대응은 시간이 생명이다. 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의 현재 대응은 뒷북 행정에 가깝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지역별 작물 재배 가능성을 분석하는 기초 데이터 구축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14개 시군의 기후 특성과 농작물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앞으로의 작물 재배 가능성까지 분석해 선제적으로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전환 작물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함에도, 지금은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보상이나 재해복구비를 지급하는 사후 대책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의 속도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인데 행정은 여전히 느리다. 이에 따라 전북의 농업은 빠르게 경쟁력을 잃고, 농민들은 더욱 깊은 절망 속으로 내몰릴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해 수습’이 아닌 ‘선제 대응’이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맞는 농업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피해 보상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14개 시군의 기온, 강수량, 병해충 발생 시기, 작물 재배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물 전환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떤 작물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신품종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기존 주력 작물에만 의존하는 농업 구조로는 기후 위기를 버틸 수 없다. 기온 상승에 맞는 아열대 작물, 기후 내성 품종 개발·보급과 함께, 농민들이 안심하고 전환할 수 있는 재정적·기술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농민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책이다. 기후 위기 앞에서 농민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다. 소비자는 선택지를 바꾸면 되지만, 농민은 수십 년간 이어온 농사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 전북도의 농업 정책이 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피해가 커지고 나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대비해 피해를 줄이고 생계를 지키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전북도가 변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행정의 늑장 대응이 계속된다면, 지금 흘리는 농민의 눈물은 곧 전북도 전체의 눈물이 될 것이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의 근간이며, 공동체의 뿌리이기에 전북도 내일의 농업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후 위기에 맞서는 농업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땀 흘린 만큼 결실이 돌아오지 않아 속상해하고 힘들어 하는 농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짜 정책,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정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새전북신문. 2025.10.22.(수)

누리집 담당부서
의정홍보담당관실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