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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의 역설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12-19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방정부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방을 정부의 하위 단체가 아닌 연방제에 준하는 하나의 독립된 정부로 인정하는 용어다. 현행 법률상 지방을 지칭하는 용어를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는 지방정부 사용에 소극적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따라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제안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지방정부를 수평적 협력파트너로 재조정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지방분권 정책이 국정 운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정분권 확대다.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것이 현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는 메시지를 공식화했다. 오랜 숙원사업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과 지방교부세율 향상도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완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지방 예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권한을 동반하지 않은 재정의 확대는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기 보단 오히려 부담만 가중하는 역설을 초래한다. 중앙에 예속된 각종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지방분권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지방의 예산을 통제하는 가장 대표적 수단이 예비타당성조사, 일명 예타제도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국가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경제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예타제도는 지역의 특수성과 균형발전보다 중앙의 판단 기준을 우선하며, 인구가 적거나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핵심 사업을 좌절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산편성 지침도 지방분권의 시대를 역행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매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에 훈령으로 내려주는 예산편성 지침은 구체적 항목과 배분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지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일지라도 지침의 틀에서 벗어나면 추진 자체가 어렵게 된다. 지방이 아닌 지침이 지방의 미래를 설계하는 모순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고보조사업 구조는 지방분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큰 장벽이다. 중앙부처가 설계한 사업에 지방비 매칭을 강요하는 방식은 지방의 자율적 기획 능력을 약화시키고, 사업비 부담만 가중한다. 이 외에도 정부정책 연계평가, 불분명한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평가 제도와 승인 절차들이 지방 재정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지방이 동등한 파트너이자 독립적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가 기대된다. 재정분권은 그저 재원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재량과 책임의 일치라는 원칙을 실현하는 일이다. 정부가 설계하고 지방이 집행하는 고질적인 구조를 완전히 고쳐 지방이 스스로 실험하고 실패도 감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지방분권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지방분권은 지방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물음에 지방은 권한의 완전한 이양으로 답하고 있다. 원칙이 세워지면 이행은 수월한 법이다. 지방정부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정종복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2025.12.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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