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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경쟁의 함정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6-03-03

지역의 생존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청년은 떠나고, 대학은 흔들리며, 산업 기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늘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그래서 무엇을 얼마나 유치했는가?” 그러나 이 질문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석학 리차드 플로리다는 숫자 경쟁의 성장 전략이 지닌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특히 저서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인센티브 중심의 기업 유치는 도시개발과 상생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업이란 사람을 따라가는 존재이기에 살아갈 이유가 없는 도시는 기업도 머물 이유가 없다는 진단이었다.

플로리다의 경고는 현재도 유효하다. 현재 전북의 기업 유치는 단순 이전 중심으로, 토지 제공, 세제 감면, 각종 보조금과 같은 조건을 패키지로 이전을 설득하는 데 집중된다. 이전이 성사되면 유치 실적으로 기록되고,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이전 이후의 일에 대해선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지역의 선도 산업과 어떤 생태계를 이룰 것인지,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얼마나 채용할 것인지,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과 어떤 협력을 이룰 것인지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구조는 대학 정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학생 유치를 놓고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몇 명을 유치했는지와 몇 개의 국가와 협약을 맺었는지는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만, 졸업 이후의 경로까지 설계되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적인 석학을 교수로 임용한다거나 굴지의 대학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식의 과감한 도전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유치 성과를 나열하는 데서 벗어나, 지역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온 이후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대학에서 길러진 인재가 어떤 경로로 지역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 내는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성과가 당장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유치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다. 지금 지역에 필요한 것은 사람이 머무를 이유, 기업이 뿌리내릴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투자다.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길, 그것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도요타시의 사례를 참고해 볼만하다. 도요타시(옛 고모로시)는 도요타자동차의 유치 이후 지역대학 인재육성, 협력 중소기업 육성 등 다양한 상생 모델을 선보였고, 그 결과 부자도시로 탈바꿈했다. 2만 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40만 명을 돌파했고, 재정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 사례의 교훈은 분명하다. 지역을 살리는 힘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구조를 설계하는 정책 역량이다. 전북에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결단과 상상력이다.


정종복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2026.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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