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문화누리카드'가 진정한 복지로 거듭나려면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6-03-03
복지는 흔히 통계와 숫자로 증명되지만, 때로는 화려한 숫자가 복지의 진짜 본질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문화예술 취약계층을 위해 추진 중인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업이 딱 그런 맹점에 빠져 있다. 지난해 전북자치도는 14만여 장의 카드를 발급하며 발급률 100.74%, 이용률 91.95%라는 괄목할 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전국 1위’다. 지표만 놓고 보면 전북의 문화 복지 시스템은 완벽에 가깝게 작동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통계의 장막을 걷어내면, 도농 간의 극심한 문화 인프라 격차와 취약계층의 고단한 현실이 고스란히 방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도내 오프라인 가맹점 2,203곳 중 대다수는 전주, 군산, 익산 등 도시 지역에 편중된 상태다. 군 단위 농어촌 지역은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해, 카드에 지원금이 들어 있어도 당장 책 한 권을 사 보거나 영화 한 편 관람하기조차 버거운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도서 구입과 영화 관람 등에 실적이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 외의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통로가 빈약함을 방증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령층과 교통약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접근성 장벽’이다. 모바일 앱과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농촌 지역 어르신들은 가맹점 정보를 찾는 첫 단계부터 깊은 좌절을 겪는다.
이른바 디지털 소외현상이다. 또한, 산간 오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읍내의 문화시설까지 나가는 것 자체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체력을 요구하는 고역이다. 제도의 본래 취지는 ‘소외계층의 보편적 문화 향유권 보장’이지만, 현실의 빈약한 인프라와 높은 진입 장벽이 오히려 이들을 문화로부터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지원금이 1만 원 인상되어 1인당 15만 원씩 총 13만 9,550명에게 지급되며, 전체 사업비 규모도 21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스템의 맹점을 방치한다면, 예산 증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년도 이용 실적이 3만 원 미만인 경우 자동 재충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엄격한 규정까지 생겼다. 제도를 몰라서, 혹은 주변에 쓸 곳이 없어서 카드를 묵혀둔 취약계층이 제대로 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채 복지 혜택에서 아예 탈락해 버리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농후하다.
실제로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무려 41억 원의 미집행 예산이 국고로 반납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쓸 곳을 찾지 못해 중앙정부로 되돌아간 이 막대한 액수는 전북자치도의 세심하지 못한 복지 행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복지 예산의 반납은 예산 절감이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을 들여다보지 않은 행정의 방조이자 직무 유기다. 해결책은 결국 책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
첫째, 기존의‘찾아가는 문화예술장터'를 단순 물품 구매 위주에서 벗어나 체험과 공연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대폭 확장해야 한다.
둘째,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1대1 맞춤형 이용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전담 ‘문화누리 코디네이터'를 지정하거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밀착 연계하여, 사용처를 직접 안내하고 예매와 이동을 돕는 밀착형 적극 행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14개 시·군이 단지 실적 평가를 위한 ‘카드 발급률 높이기'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전북의 지리적·인구학적 특색을 제대로 반영한 '전북형 문화복지 모델'을 시급히 발굴해야 한다.통합문화이용권은 단순한 시혜성 현금 지급 수단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지리적 제약 때문에 문화생활에서 배제된 도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다.
전북자치도는 ‘전국 1위’라는 통계적 허상과 달콤함에서 깨어나, 41억 원의 국고 반납이 의미하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책 한 권의 작은 위로, 연극 한 편이 주는 벅찬 감동이 도내 어느 깊은 산간마을의 홀몸 어르신에게도 온전히 가닿을 수 있을 때, 전북의 문화 복지는 비로소 진짜 성과를 논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미집행 예산 반납 ‘제로(0)’를 향한 전북자치도의 뼈를 깎는 쇄신과 촘촘한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전민일보.2026.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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