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을 잊은 전북,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5-12-19
황진장군! 이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전북도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임진왜란이라는 역사 앞에서 우리는 이순신과 권율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전라도, 그중에서도 오늘의 전북 남원의 땅에서 왜군의 진격을 막아내며 호남 방어선의 한 축을 지켜낸 인물이 있었다. 바로 황진장군이다.
역사는 늘 선택적으로 기억된다. 기록은 남지만, 기억은 지워진다. 특히 지역의 역사, 지역이 지켜낸 국가의 운명은 언제나 중앙의 서사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황진장군 역시 그러했다. 그는 전라도 병마절도사로서 왜군의 북상을 저지했고, 금산 전투에서 끝내 장렬히 전사했다. 그가 시간을 벌지 못했다면, 호남의 곡창은 물론 조선의 전쟁 구도 자체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이름을 교과서의 작은 각주처럼 흘려보냈다. 전북의 아이들은 자신의 땅에서 어떤 장수가 싸웠는지 배우지 못한 채 성장했고, 지역은 스스로의 역사적 자존을 말할 언어를 잃어갔다. 이것이 단순한 ‘역사 교육의 빈칸’으로만 보일까. 아니다. 이것은 정체성의 공백이며, 미래를 설계할 힘을 잃는 과정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흔히 사용되지만, 지역의 역사에 대입하면 더욱 뼈아프다. 전북의 역사를 잊어버린 전북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있을 것인가. 자기 뿌리를 모르는 공동체는 방향을 잃기 쉽고,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지역소멸, 인구감소, 청년 유출의 문제 역시 단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황진장군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이유는 영웅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를 통해 전북이 국가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어떤 희생과 책임을 감당해왔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전북은 늘 변방이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전면에 섰고, 피로 시간을 벌어 국가를 지켜냈다. 황진은 그 상징이다.
이제는 기억의 복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동상 하나, 행사 하나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교육 속에서, 지역사 교과서에서, 문화 콘텐츠에서 황진장군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호명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 땅에도 나라를 지킨 장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지역은 비로소 미래를 말할 자격을 갖는다.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규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재료다. 전북이 스스로를 지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누가 대신 써주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황진장군!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은, 전북의 자존을 되찾는 일이며, 잊혀진 역사 위에 미래를 다시 세우는 첫 걸음이다.
이정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새전북신문.2025.12.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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