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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 정책 '청년'이라는 틀을 다시 묻다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6-01-09

전북도의회에서 농어업 정책을 살피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기준이 있다. 바로 ‘청년 중심’이라는 프레임이다. 청년 농업인, 청년 귀농·귀촌, 청년 어업인 육성 정책은 어느새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정책 문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지만, 현장을 직접 다니며 주민들을 만날수록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기준이 농어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농어업은 다른 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땅과 바다, 계절과 기후를 상대로 해야 하고, 기술과 경험, 자본이 동시에 요구된다. 단기간 교육이나 일회성 지원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귀농·귀촌인들의 상당수는 도시에서 일정 기간 직장생활을 하며 삶의 기반을 다진 뒤 농어업을 선택한다. 대체로 40~50대가 중심이다. 어업 역시 마찬가지다. 어선과 장비를 갖추고,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중장년층의 진입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청년’이라는 연령 기준에 머물러 있다. 지원 대상은 제한되고 문턱은 높다. 그 결과 실제로 농어업을 책임질 준비가 된 이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난다. 이는 단순한 행정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농어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다. 인력 부족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준비된 인력을 정책 밖으로 밀어내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전북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2023년 기준 전북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이는 통계가 아니라 경고다. 10년 뒤, 이 땅을 누가 경작하고 지역을 지탱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미 현실이 됐다. 도의회에서 예산과 정책을 다루며 이 문제의 무게를 매 순간 실감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 정책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젊은 세대의 유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실을 외면한 채 연령만으로 정책 대상을 구분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산업 경험과 조직 이해, 일정 수준의 자본을 갖춘 중장년층은 농어업의 중요한 전환 자원이다. 이들을 정책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도 손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살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지역에 얼마나 뿌리내릴 의지가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농어업 정책은 연령이 아니라 삶의 전환 단계, 정착 가능성, 지역 기여도를 기준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지역별 특성 역시 고려돼야 한다. 김제·정읍의 평야 농업, 임실·순창의 산간 특화 작목, 군산·부안의 어업은 요구되는 인력의 성격과 역량이 모두 다르다. 이를 하나의 ‘청년 기준’으로 묶는 것은 정책이라기보다 행정 편의에 가깝다. 현장을 보지 못한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농어업은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는 산업이 아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인내와 책임의 영역이다. 전북은 농업 중심 지역으로서 이러한 전환을 선도할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전북의 현실에 맞는 유연하고 실질적인 인력 정책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농어업의 미래는 나이에 있지 않다. 이 땅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에 있다. 정책은 장벽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전북도의회는 이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말이 아닌 제도 개선으로 답해야 할 때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2026.01.0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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