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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와 오작교, 남원의 상상력은 지금 어디에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6-01-21

우리 남원의 선인들은 참으로 문화가 풍성한 사람들이었다.

달나라에 가본 적도 없고, 달 속의 궁전을 본 적도 없으면서도 그들은 상상했다. 달에는 월궁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 상상을 이 땅 위에 옮겨 광한루원를 지어 올렸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유해 공간으로 구현해 낸 문화적 감각은 오늘의 기준으로 보아도 놀라울 정도다.

광한루는 단순한 누각이 아니다. 이곳에는 자연과 인간, 현실과 이상을 함께 바라보려 했던 선인들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연못에 비친 달과 누각의 그림자, 그 위를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남원이 단순한 지방의 고을이 아니라 사유와 상상의 중심지였음을 말해준다. 문화란 눈에 보이는 장식이 아니라, 삶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광한루는 묵묵히 전하고 있다.

이 상상력은 누각 하나로 멈추지 않았다. 광한루 곁에 놓인 오작교는 그 정신을 ‘건너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를 이어준다는 오작교의 전설은 단순한 민담이 아니다. 하늘의 이야기를 땅의 길로 옮기고, 신화와 일상을 연결하는 상징적 장치였다. 남원의 선인들은 문화를 설명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직접 걷고 건너게 함으로써, 문화가 일상 속에서 체득되도록 만들었다.



60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 광한루를 바라보고 오작교를 건너며 우리는 그 의미를 곱씹고 있는가, 아니면 사진 한 장으로 소비하고 있는가. 관광객의 수, 축제의 규모, 예산의 크기가 문화의 깊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문화는 단절되는 순간 껍데기가 된다. 광한루가 춘향의 배경으로만 남고, 오작교가 그저 예쁜 다리로만 인식될 때, 이 공간이 품고 있던 정신은 점점 희미해진다. 선인들이 남긴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태도였다. 지금에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며 다음 시대를 준비했던 문화적 용기였다. 오작교가 상징하는 의미 역시 같다. 문화는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건너가며 이해하는 과정이다.



오늘의 남원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문화를 얼마나 행사와 콘텐츠의 언어, 성과와 수치의 언어로만 다뤄왔는가. 빠른 결과와 단기 성과에 매달리며,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깊은 서사를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문화는 즐길 거리가 아니라, 도시가 자신을 설명하고 시민이 자기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특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오히려 문화의 감각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정확해지고 더 편리해졌지만, 상상은 짧아지고 사유는 얕아졌다. 그렇기에 더욱, 달나라에 가보지 않고도 월궁을 떠올렸던 남원의 선인들이 남긴 정신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600년 전 하늘을 상상했던 사람들이 이 땅에 광한루와 오작교를 남겼듯, 이제는 우리가 다음 600년의 남원을 상상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 위에 문화의 깊이를 다시 얹는 일, 그 출발점은 여전히 이 오래된 누각을 바라보고 오작교를 건너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된다.

이정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새전북신문.2026.01.2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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