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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실감 미디어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4-04-25

VR, AR, XR, 홀로그램, 미디어파사드. 모두 한 번쯤은 들어 봤음 직한 단어지만 여전히 알쏭달쏭 외계어처럼 들리기만 한다. VR이야 관광지를 가면 이용 가능한 곳이 많고 체험하기가 어렵지 않아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 이상으로 나아가면 복잡해지기만 하는 것 같다. 

VR, AR, XR은 각각 가상현실, 증강현실, 확장현실이라고 하고 홀로그램과 미디어파사드는 딱히 대체되는 우리말 표현이 없는데, 쉽게 설명하면 VR부터 홀로그램까지는 우리 눈앞에 실제가 아닌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놓기 위한 기술의 집약체 또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VR에서 홀로그램으로 갈수록 이용자의 실감 정도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상의 현실 또는 공간을 눈앞에 펼쳐놓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미디어파사드는 앞의 것들과는 다소 이질적인데, 건물 외벽이나 구조물에 미디어 영상을 비춰서 해당 건물이나 구조물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기술이나 결과물을 말한다. 제대로 말하면 기술과 영상미학을 결부시키는 것이고 단순히 말하면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드는 것쯤이 된다. 

어쨌든 이 모든 개념들은 실감미디어로 통칭되는데, 잘 살펴보면 이미 우리 주변에 실감미디어가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당장 행정에서도 육칠 년 전부터 실감미디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도내 곳곳에 실감미디어가 설치되어 있다. 

행정에서 실감미디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유는 단순하다. VR이 대세라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고, VR에서 진일보한 AR과 XR이 나오니 또 그랬으며 급기야는 홀로그램이 실감미디어의 결정판이라도 되는 양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북자치도를 비롯한 행정 및 공공기관이 도내에 설치한 실감미디어는 130건, 총 사업비로는 약 452억 원 규모에 달한다. 설치 연도를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해서 2020년 전후로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과 5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도내 곳곳에 430억 원을 들여서 130건의 실감미디어를 설치했다는 점은 도내 실감미디어 사업이 시류에 편승해서 추진된 전형적인 경우라는 반증이다. 

실감미디어가 설치된 공간을 보면 학교와 문화시설, 복지시설, 행정시설, 산업전시관 등 다종다양하다. 119안전체험관처럼 이용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그나마 유지보수가 제대로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밖에 사람 발길이 뜸한 곳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이나 실감미디어사업을 다루는 콘텐츠융합진흥원이 사후 관리실태를 들여다본 적도 없다. 

실감미디어의 콘텐츠가 부실해서 투자대비 효용이 현저히 의심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군산홀로그램콘텐츠체험존의 경우는 홀로그램 영상 하나 틀어놓고 홀로그램 체험존이라는 시설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70억 가까이 예산을 들였는데 운영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게 우리 상임위원회의 현장방문 결과였다. 

대나무 순은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성장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비까지 오고 나면 죽순의 성장 속도는 가속도를 넘어서 마치 가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빨라진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우후죽순이라고 한다. 

실감미디어사업도 우후죽순에 다름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후죽순은 뿌리를 내리는, 착근(着根)이라는 인고의 과정이 선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인 반면, 실감미디어사업은 아무런 준비 없이 ‘유행 따라 삼천리’식으로 뛰어들면서 남발됐다는 것이다. 

별 문제의식 없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공공정책과 사업 추진, 언제까지 되풀이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병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장 / 전북일보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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