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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전력망, 누구의 자산이 되어야 하는가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6-09-22

재생에너지 정책의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은 태양광을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지, 발전량이 몇 GWh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누가 전기를 생산하고, 누가 소유하며,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물어야 한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송·배전망과 계통 접속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전기를 받아들이는 전력망과 계통 안정성은 국가적 과제가 된다.

그러나 공공재원과 국가 역량으로 전력망을 만들고 계통연계 길을 열었는데, 그 기반 위에서 생긴 발전수익이 일부 대규모 자본과 금융기관에 집중된다면 바람직한 구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간자본과 금융의 역할을 부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다. 다만 공공 인프라와 공공부지, 정책지원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치라면 그 과실의 일정 부분은 지역과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지역에는 공영주차장, 공공건물, 학교, 도로 유휴부지, 산업단지 공장 지붕, 공동주택, 농촌 영농공간 등 에너지 자원이 널려 있다. 햇빛을 더하면 유휴공간은 전기를 생산하는 경제적 자산이 된다.

따라서 공공부지와 공적 지원이 들어가는 사업부터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본을 가장 많이 조달하는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사회복지기관 등이 참여할 길을 넓혀야 한다. 직접 투자할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에게도 발전수익 일부가 에너지복지와 생활지원으로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에너지 기본소득이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돈 있는 사람만 발전사업에 투자해 배당받는 구조가 아니다. 지역의 햇빛과 바람, 공공부지, 국가가 구축한 전력망이라는 공공적 자원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구조다. 발전수익의 지역환원, 마을공동기금,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 복지기관 지원, 에너지복지 재투자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농촌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외부 사업자가 농촌의 땅과 햇빛을 이용해 발전소를 세우고 수익을 외부로 가져간다면 주민에게 재생에너지는 또 다른 개발사업일 뿐이다. 반대로 농민과 주민, 마을이 사업에 참여하고 농사를 이어가면서 발전수익을 얻고, 그 수익 일부가 마을기금과 주민복지로 돌아간다면 재생에너지는 지역의 기회가 된다.

영농형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농지 위에 설비를 세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농업을 지키면서 농민과 농촌에 지속 가능한 소득원을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공공주차장과 공공건물 태양광 역시 부지를 빌려주고 임대료만 받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과 지역공동체가 참여하고 수익을 나누는 지역 자산이 돼야 한다.

물론 과제는 적지 않다. 초기 투자금, 금융조달, 계통연계, 출력제어, 사업성, 전문성, 주민수용성을 함께 풀어야 한다. 특히 투자 여력이 없는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는 핵심 과제다.

원칙은 분명하다. 국가가 전력망을 깔고 공공이 공간과 제도를 제공하며 지역의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생긴 가치도 지역과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햇빛에서 생긴 부가 일부 자본의 수익에 머물지 않고 마을의 소득이 되고, 주민의 기본소득이 되고, 어려운 이웃의 에너지복지가 될 때 비로소 전환은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된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6.09.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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