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저수지, '나이' 보다 '위험' 을 관리해야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6-10-07
농민에게 비는 늘 반가운 존재였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에서 비는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비가 오지 않으면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농경지 침수와 배수 문제, 저수지 안전까지 살펴야 한다. 기후가 달라진 만큼 농업용수와 저수지를 관리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전북의 현실은 분명하다. 2025년 6월 기준 도내 농업용 저수지 1749개소 가운데 50년 이상 된 저수지는 1686개소로 96.4%다. 70년 이상 된 저수지도 1328개소로 75.9%에 이른다. 남원은 201개 저수지 중 190개가 50년 이상, 165개가 70년 이상이다. 저수지 노후화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농촌 전반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다.
그러나 저수지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연식이 아니라 실제 위험도다. 제방 상태와 누수 여부, 저수용량과 안전등급, 사고 발생 때 하류 주택·도로·농경지와 주민에게 미칠 피해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흙댐은 집중호우와 급격한 수위 상승 때 월류, 제방 침식, 누수와 파이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거 강우량과 강우 패턴을 기준으로 설계된 시설이 최근의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강우를 견뎌야 하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이제 저수지 안전관리 기준은 ‘몇 년 됐는가’가 아니라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큰 피해가 예상되는가’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전북 농업용 저수지의 안전상태와 하류 피해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는 ‘노후 저수지 위험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제방 상태, 누수, 저수량에 더해 하류 주택과 도로, 주민 수, 농경지 등을 종합 분석해 저수지별 위험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 시설을 우선 선정해야 한정된 예산도 가장 시급한 곳에 투입할 수 있다.
고위험 저수지의 관리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기 현장점검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위, 누수, 제방 변위 등 이상징후를 상시 계측해야 한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관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IoT와 AI 기반 계측·경보 시스템은 고위험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시·군 관리 저수지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 기준은 시설 크기가 아니라 사고 때 예상되는 피해 규모다.
저수지 안전을 개별 시설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농업용수 공급, 저수지 안전, 배수 개선, 저류시설 확충, 스마트 물 관리를 하나로 묶는 ‘전북형 농업 물 관리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논농사 중심 농업은 밭작물·시설원예·스마트농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작목과 재배방식이 변하면 필요한 물의 양과 공급 방식도 달라진다. 농업은 미래로 가는데 물 관리만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업재해 정책의 중심도 사후복구에서 사전예방으로 옮겨야 한다. 피해 뒤 막대한 복구비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시설을 미리 찾아 보강하고, 배수·저류시설을 확충하며, 위험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일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저수지는 오랫동안 농촌을 지켜온 농업의 생명줄이다. 그 생명줄이 기후위기 시대의 재해 위험이 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 기후도 변했고 농업도 변했다. 이제 정책과 예산도 변해야 한다. 농민이 하늘과 낡은 시설을 걱정하지 않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전북 농업 물 관리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6.10.0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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