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따뜻한 한 끼, 조리실무사 희생에 맡길 수 없다.
- 작성자 :
- 의정홍보담당관실
- 날짜 :
- 2026-10-15
최근 지역언론의 ‘조리실무사 부족에 학교급식 정상운영 위태’ 기사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고창초등학교는 하루 최대 900명의 급식을 책임지지만 조리실무사 정원 8명 중 실제 근무자는 4명뿐이었다. 결국 정상 급식 대신 카스테라와 요구르트 등이 제공됐다. 순창제일고등학교도 정원 4명 중 1명만 근무한다고 한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전북의 조리실무사 채용 예정 인원 162명 중 최종 합격자는 118명으로, 44명(27%)이 미달했다. 특히 남원·순창·고창 등 농촌지역의 인력 확보가 어려웠다.
급식실은 무거운 식재료와 조리기구를 다루고 고온·고습 속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노동현장이다. 근골격계 질환과 유해물질 노출 위험도 있다. 전북교육청이 올해 급식종사자 2286명의 폐암 정기검진을 지원한 사실도 노동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인력이 부족하면 남은 사람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진다. 건강 악화와 이직은 다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의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돌아간다. 이제 학교급식 정책을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적정인력 확보와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급식인원뿐 아니라 하루 급식 횟수, 식단의 복잡성, 시설 수준과 작업량을 반영해 인력배치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농촌지역에는 권역별 대체인력풀과 순회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방학 중 소득 공백 등 처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조리기구 현대화로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 자동세척기, 식재료 전처리 장비, 운반 보조장비를 확대하고 환기·냉방시설과 작업 동선을 개선해야 한다. 현대화의 목적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이다. 인력 확충과 시설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셋째, 영양건강교육센터를 설립해 학교급식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영양·식생활교육, 맞춤형 영양상담, 저탄소 환경급식 등 급식을 교육과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전문교육시설이 필요하다.
센터는 학생과 학부모의 식생활교육, 영양교사·영양사의 전문연수, 조리실무사의 조리기구 활용과 위생·안전 실습교육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 노동강도를 줄이는 작업방식과 시설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현장에 보급하는 기능도 갖춰야 한다.
이 역할을 맡을 전북 광역 영양건강교육센터를 남원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남원시와 원예협동조합 등 지역 생산·유통 주체를 연계하면 제철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영양교육과 지역농업의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도내 학교의 이용 편의를 위해 교통 연계와 권역별 교육 운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센터 설립이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긴급 결원은 즉시 충원하고 시설 현대화와 전문교육체계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북교육청과 전북도, 시군은 예산과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도의회도 인력 충원, 노동환경 개선, 시설 현대화, 센터 설립을 하나의 종합정책으로 점검해야 한다.
학교급식의 질은 좋은 식재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하게 조리할 사람과 시설, 건강한 식생활을 가르칠 교육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인력난은 충원으로 해결하고 과중한 노동은 시설 현대화로 줄이며 급식의 미래는 전문교육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의 따뜻한 한 끼를 조리실무사 개인의 희생에 맡길 수 없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아이들의 밥상도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 이제 선언을 넘어 현장을 바꿔야 한다.
임종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6.10.1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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